분명 인형뽑기인데, 몇 십만 원 짜리 무선청소기, 6년 근 인삼까지 경품으로 뽑을 수 있습니다.
한 판에 단 돈 천 원이라 혹할만 하죠?
법적으로 문제는 없는건지, 김진이 간다가, 취재했습니다.
[리포트]
[김진]
거리를 걷다보면 이런 뽑기 기계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. 일명 '뽑기방'으로 불리는 뽑기 전문점도 등장을 했는데요. 재미로 해야 할 뽑기에 온갖 고가의 상품들이 등장을 해서 사행성을 조장하고 있습니다. 오늘은 성행하고 있는 뽑기 현장에 가보겠습니다.
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뽑기 기계! 아슬아슬하게 집게를 조종해 귀여운 캐릭터 인형을 뽑는 재미로 많은 분들이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.
인형 외에도 다양한 경품이 들어있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입니다.
[시민]
지나가다가 인형 뽑기 기계가 보이면 자주 들어오고요, 가족끼리도 자주 오는 편입니다. 뽑는 순간의 짜릿함 때문에 계속 하는 것 같아요.
경품 종류가 다양화되며 상당히 고가의 상품들도 등장했는데요, 무선 청소기부터 건강 보조식품, 드론, 심지어 제주도 여행 상품권까지 들어있습니다.
[김진]
제가 한 번 뽑아보겠습니다.
[김진]
이거 되겠다, 이거 가자! 됐다, 됐어! 아이 놓네!
갑시다, 뽑아줄게! 에헤이
[김진]
생각보다 쉽지 않고, 제가 벌써 얼마 썼죠? 2만 원 썼죠? 특히 고가용품 같은 경우는 '될 것 같은데' 같은 느낌 때문에 그냥 돈을 쓰게 돼요. 사행성이 상당히 걱정 됩니다. 저도. 더 하고 싶은데?
서울 동대문의 한 뽑기방. 이 곳은 고가의 피규어들을 경품으로 내걸었습니다.
[피디]
어떤 게 제일 좋아요?
[뽑기방 관리자]
여기 다 비싼 거죠. 저런 건 60만 원이에요.
[피디]
얼마나 해야 60만 원 짜리를 뽑을 수 있나요?
[뽑기방 관리자]
백 배는 (돈을) 써서 연습을 해야 저게 나오죠.
뽑기 기계에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넣는 한 남성.
[뽑기방 이용자 A씨]
집게가 안 다물어져. 6만 원 썼는데.
어느새 주어진 시간이 끝나고, 또 다시 만 원을 새로 넣습니다.
결과는 또다시 실패. 이번에는 아예 5만 원을 꺼냈습니다. 몇 십 번의 시도 끝에 결국 경품을 얻었습니다.
[피디]
(뽑기에) 얼마 쓰셨는데요?
[뽑기방 이용자 A씨]
아직 몰라요. 뽑기는 끝까지 가야 알아요.
다른 한쪽에선 또 다른 남성이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있습니다. 그가 꺼내든 것은 현금 뭉치. 가방에선 만 원 짜리 지폐가 계속해서 나옵니다.
[뽑기방 이용자 B씨]
나 얼마 썼는지 모르겠네?
[뽑기방 관리자]
한 30만 원 조금 넘으니까…
한 중년 남성은 뽑기에 전 재산을 쏟아부었다고 하는데요, 그의 차 내부를 가득 채운 것은 모두 뽑기 경품들.
[피디]
이거 하는데 얼마나 쓰셨어요?
[뽑기방 이용자 C씨]
돈을 그렇게 따지면 못 놀아. 이 기계가 한 시간에 얼마 씩 먹는 기계인지 알아? 한 시간에 40만 원도 들어가 이게. 장사를 그렇게 현혹 되게 하는 거지. 도박이야.
스스로 뽑기를 도박이라 말하지만, 도저히 끊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.
현행법상 뽑기방의 경품 가격은 5천 원을 넘을 수 없고, 정품이 아닌 경품을 제공해도 불법입니다.
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지만, 지키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.
최근에는 기계 안에 생물을 넣어놓은 곳까지 등장했는데요. 서로 얽히고설킨 채 나뒹굴고 있는 인삼 뿌리들. 6년근 금산 인삼이라는 문구도 붙어있습니다.
뽑기 달인과 함께 도전해봤습니다.
[BJ소희짱 / 뽑기 달인]
저는 (인삼 뽑기를) 인터넷에서 (보거나) 사람들에게 들어만 봤는데, 실제로는 처음 봅니다. 한 번 뽑아보도록 하겠습니다. 이거 근데 뽑아도 먹을 수 있는 건가?
[BJ소희짱 / 뽑기 달인]
아 저거 될 것 같은데. 일단은 설계를 해야 돼요. 오케이, 집었다 이거. 그렇지, 크다! 이걸 스킬로 오케이!
[BJ소희짱 / 뽑기 달인]
이거 그런데 밑에 받치는 것도 없어서 위생상으로 좀 먹을 수 있을지…이거 도라지 아닙니까?
설마 도라지? 라는 말에 제작진도 당황했는데요. 약재 시장을 찾아 확인해봤습니다.
[피디]
만 천원에 뽑았는데
[인삼 판매업자]
만 천원에 뽑았어?
[피디]
6년산인지 아닌지…
[인삼 판매업자]
6년산 아니야 이거!
[피디]
아니에요?
[인삼 판매업자]
파삼이에요, 파삼! 이렇게 예쁜 건 좋은 삼이고, 이건 파삼! 이건 3천 원도 더 안 나가.
파삼은 파손됐거나 작아서 상품가치가 거의 없는 인삼을 뜻하는데, 한눈에 보기에도 6년근 인삼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.
파삼을 넣어둔 뽑기 기계 주인에게 물어봤습니다.
[피디]
6년근 인삼이 아니라던데요?
[인삼 뽑기 주인]
그 인삼은 최고 상품으로 골라다 놓은 거예요.
(인삼 뽑기) 불법 아니에요. 구청에 다 물어보고 한 거예요.
과연 사실일까요? 해당 구청에 확인해보았습니다.
[○○구청 담당자]
허가 안 받았어요. 원래 (뽑기 기계에) 식품 들어가는 것 자체가 다 불법이에요. 식품을 넣을 수가 없어요. 거기는 (단속해서) 다 정리할 거예요.
현재 전국에 있는 뽑기방은 약 2,300여 개.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, 사행성을 조장하는 불법 경품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관리 감독이 필요해보입니다. '김진이 간다' 김진입니다.